우리 동네 이름은 해방촌이다.
음..아마 서울 수복당시에 제일 먼저 해방이 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들었다. 뭐 내가 여기서 태어난 것도 아니니 이 정도만 알아도 기특한 수준. 이 동네를 처음 오게 된 것은 집안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나를 보기가 그랬는지 사촌언니가 엄마에게 권유, 그래서 독립하게 되었다. 4남매중 둘째는, 아는 사람은 알지만 참 애매한 위치이다. 게다가 남자가 귀한 집안이면 더더욱..사랑받기는 좀 어려운 위치인것도 사실이다.

맏딸은, 첫 딸이라는 특별함, 셋째 딸은 딸중에 막내이며, 애교가 많다는 특별함, 그리고 막내 남동생은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라는 특별+특권을 지니고 태어났다. 위아래로 딸이 겹치는 집에서의 둘째는 잊혀지기 쉬운 존재이다. 그런 내 존재를 가장 이해하는 게 사촌언니인 이유는, 내가 중학생 때 한 일년 정도를 언니가 우리식구들과 같이 살았었다. 그래서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서울로 불러오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뭐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암튼 그래서 난 남들이 집에서 흔하게 한다던, 반대나 그런 거 없이 쉽게 독립을 했다.

내 방을 갖는다는 건..완전히 독립된 내 공간이 생긴다는 건 어떤 벅참인지..사람들은 잘 모를수도 있겠다. 처음 혼자 자는게 어색하기까지 했으니, 처음 독립하면서부터 이때까지 이 동네를 떠나 본 적이 없고, 또 떠날 생각도 지금은 없다. 남산 아래이다 보니, 나무나 풀이 자주 보이고 공기도 비교적 좋은 편이고..또 무엇보다 여기 야경은...맑은 날 버스 정류장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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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상으론 맞지않는데 지금 눈에 띄는 건 이것뿐이라;;

여기는 버스정류장인데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 차들이 가는 방향으로 쭉 따라가면 하얏트 호텔 한남동 쪽으로 갈 수 있고, 반대편으로 가면 남산도서관을 지나 힐튼 호텔이 나온다. 지명상으로는 용산2동인데 좀만 걸어가면 길 하나를 차이에 두고 이태원동으로 바뀐다. 그리고 하얏트즈음까지 가면 거기는 또 한남동이다. 미묘하게 붙어있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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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를 낮에, 그리고 밤에 찍은거다. 계절적으로도 차이가 살짝 있다. 아마도 밤사진은 겨울인 거 같고, 낮사진은 여름인 거 같다. 이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은 것이니 너무 좋은 퀄리티는 어렵다. 사진상으로는 꽤 타워가 작게 보이는 거 같지만 실제 눈으로 보기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길목을 지나다니며 저걸 보면 왠지 예쁜 조명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까 잠시 뭐 사러 나갔을 때도 눈으로 한번 찍고 왔다.

맑은 날, 맑은 밤은..한참을 서서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다.

교통은 불편하다고들 하는데,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여기에는 지선버스 0014랑 간선버스 402가 다니는데 계속 강남역에 있던 회사만 다녔던 나로서는 사실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402번이 광화문에서 수서까지 다니는 버스라 신사, 논현, 강남, 양재 등을 다 거쳐서 지나가고 또 신사역부터는 가운데 차로기때문에 그닥 막히지도 않아서 아주 편하게 다녔다. 광화문 쪽으로 나가는 방향에서는 종로도 가까워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기도 나쁘지 않은 노선이다. 지금은 강남역 쪽을 안가니 약간 불편한 거 같다는 생각도 한다. 0014번은 이태원 쪽으로 가는 버스이고 명동 롯데를 지나친다. 순환로를 따라 동네를 올 때 그 노선은 402번이랑 동일한데 하얏트를 지나면 402는 한남대교를 건너가고, 0014는 한강진을 지나 이태원, 보광동쪽으로 간다.

마을버스가 한 대 다니는데, 이 동네에 오거리가 있다. 와서 보면 놀랄 정도로 작은 언덕에 오거리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말 그대로 길이 다섯개라서 그렇다. 남산순환로를 올라가는 길이 있고, 동네로 빠지는 길이 두개 나머지 한개는 녹사평역, 반포대교쪽으로 나가는 길, 또 하나는 숙대 남영쪽으로 가는 길이다. 마을버스를 타야한다는 압박이 좀 있지만 사실 녹사평역 같은 경우는 도보로도 가기 그렇게 멀지 않다.

동네엔 친구가 없다. 여기 토박이가 아니고, 여기서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니 직장에서 만난 동료나 학교친구들은 있지만 암튼 동네에 가까이 사는 친구가 없다. 이웃도 그다지 많지 않다. 자취하는 사람에게 뭐 이웃이 생기면 얼마나 생기겠는가..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돌아와서 집에 있는게 일상이라면 동네를 돌아다닐 시간도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아까 잠시 나갔을 때도 동네 외국인이 막 돌아다니는데 적응이 안된다.

동네소개는 이정도로 하고, 다음엔 이제 여기에서 살면서 생겼던 재미있던 혹은 재미없던 일들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갑자기 이 기억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지금 좀 후회되는 건 욱해서, 싸이를 한번 없앴다는 것이 제일 후회가 된다. 내 글들 내 이미지들 단 3초만에 사라지던데...ㅠㅠ


기대하실 분은 하시고 말 사람은 마시라면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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