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귀찮고 싫어서 내가 추한 모습으로 변하면..
어떻게 나올지 그들에게 그런 모습으로 나서고 싶어졌었다.
매일 밤, 아니 매 순간마다 틈만나면 눈물이 났다.
그때 나에겐 아무도 없었고, 나는 그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

꾸역꾸역 밥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살쪄가는 내 몸을 보고도 미안하지 않았다.
살이 찌다가 한계에 다르면 살이 트기 시작한다.
내 몸의 구석구석에는 튼 살의 자국이 생겼고, 난 그래도 괜찮았다.
괜찮아, 이러면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거야.
그런 상태가 1년반동안 지속되었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졌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 모두 멀어지고..평온한 때를 찾으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이제는 누군가와 다시 사랑이 하고 싶어졌을 때..
예전의 나와는 많이 달랐다.
말투부터, 대하는 행동까지 다른 남자들의 은근한 무시..
뭐 그래 내가 이렇게 살은거니 늬들에게 기죽어도 나 어쩔 수 없나봐..
자기 합리화는 나를 편하게 만들지만 결과적으론 누구에게도
내 말을 자신있게 전하는 계기를 주진 못했다.

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게 사랑하는거지, 그렇지 않다면 그건 사랑이아냐..
이 말엔 모순이 있다. 내가 어떤 모습이라도 사랑해주면 고맙긴 하다만..
나는 상대방을 위해서 과연 뭘 해줄 수 있는거지 그냥 받는 거 말고는?
뭐 사실 이때까지 이렇다하게 다이어트해야겠단 결심도;
아 죽기살기로 덤비겠다는 독한 마음 자체가 없었다.

온라인 광고회사에 취직하면서 몸은 더 망가졌다.
살은 더 붙었고, 게을러졌고 둔해졌다.
퇴근 시간이 늦어질수록 몸은 더 안좋아졌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친구는 어땠을까?

작년 11월 초, 아빠의 성화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탄수화물 줄이기, 걷기, 야채먹기...등등 닭가슴살 구운 거 갖고다니며
도시락 먹기; 사실 뭐 긴가민가하면서 쉬엄쉬엄하긴 했는데..
그래도 바지가 줄고, 티셔츠 사이즈가 틀려지고..호수가 바뀌더란 사실..
그런데 오랜만에 보는 사람은 단번에 눈치채는데, 주변 사람은 모르더라는..
그러니까 그만큼 아직 뺄 살이 많이 남았다는 거다.

연말에 거래처 회식이다 뭐다 신년회다 뭐다해서;;;
지난 3주간 사실 좀 넋놓고, 그동안 끊은 밀가루 라면 등을 먹었다.
그래도 기특한 건..쥬스나 음료같은 건 한 캔도 안사먹었다.
본능적으로 먹으면 안되는 음식이 머릿속에 염두는 있는거다.
예전같으면 식당가서 100% 국물있는 음식을 먹고
그 국물을 후루룩 거리며 다 마셨을테지만
지금은 그저 남기는 게 미덕이야..라고 생각하며 국물 잘 안먹고 남긴다.

올 한 해는 그래서,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한해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건강을 지키자는 거, 그래 왕년만큼은 아니라도 좀 날씬해보자.
사촌들이, 친척들이 죄다 못알아볼 정도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거지.
니가 살 찔 줄은 몰랐다..는 말도 이젠 그만 듣자.

그래서, 이제 사람들이랑 만나기가 당분간은 어려울 거 같다.
담주부턴 귀찮더라도 도시락을 싸다니면서 식단을 지켜야겠다.
시작한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내가 나를 믿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부탁이라기 보다 통보, 이제 당분간은 존재자체를 잊어달라는 거..
살이찌든 안찌든 내가 이 자체로 스트레스를 안받으면 문제가 아닌데 받으니까;;
이럴바에는 정말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겠기에 결심한다.

2차 3개월 잡습니다.
1월 18일부터 4월 17일까지 모임, 개인적인 만남 다 사절합니다.
트위터도 줄이고, 메신저에도 업무상 필요한 사람 외에 전부 삭제합니다.
차단이 아니고 삭제이긴 하지만 리스트에서 저를 정리하셔도 괜찮습니다.
단지, 살을 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저에 대한 재정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건강한 몸으로 되돌아가는 다이어트, 거품이 빠진 생각에 대한 다이어트..

블로그에선 종종 근황 전할거니까..그저 격려 부탁드려요.
당분간 또 다른 분들 블로그에 못가는 거 이해해주세요.
겨울 잘 보내시고, 앞으로 회사 집만 열심히 하면서 보내겠습니다.
앞으로 종종 도움을 받을 A님께 미리 감사인사 드려요;;; ㅎ

2010/01/15 12:32분에 쓰기 시작해서 오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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