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뽁뽁이 빌려줄까요?
“할 얘기가 있어요. 거기서 만나요.”
그 여자가 말한 거기가 아직 거기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한성이 싫었다. 거기가 아직 거기에 있다고 하더라도 한성의 기억 속에선 지워져야 했다. 그런데 거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거절할 수 있는 이유가 수백 가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성은 거기에 갔다. 그 여자가 어떤 표정을 무슨 말을 할 건지가 궁금한 게 아니었다. 자신이 그 여자 앞에 앉아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심정이 될 건지 궁금했다. 한성은 그렇게 객관적이고 관조적인 기분으로 거기에 갔다. 거기에 그 여자가 앉아 있었다. 핏빛 눈물을 흘리고 있는 코스모폴리탕을 앞에 두고 말이다.
“왔어요?”
“늦었나?”
“그럴 리가. 제가 일찍 왔어요.”
웨이터가 다가오는 걸 보고 유주가 물었다.
“같은 거죠?”
“맨해튼으로 하지.”
언제나 같이 마시던 코스모폴리타을 두고 다른 메뉴를 주문했다. 유치해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한 것처럼 유치한 짓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유주의 입매가 굳어지는 걸 보면.
“얼굴이 많이.....”
한성이 쳐다보자 유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3년 만이다. 여전히 세련됐고 단정하고 여성스럽다. 대학에서 처음 본 이후, 어머니가 깊게 사귀어도 괜찮을 집안이라고 부추기지만 않았더라도 계속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첫눈에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어머니처럼 억세 보이지 않아 편했다. 일하는 어머니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좋았다. 그 모든 게 아직 그대로인데 더 이상 유주를 보는게 편하지도 좋지도 않다. 더 이상 화도 나지 않는다. 한동안 말없이 칵테일을 마셨다.
“회사 경영을 잘하고 있단 얘기 들었어요. 축하해요.”
한성은 콧방귀를 뀌듯 차갑게 웃었다. 유주의 눈썹이 꿈틀하고 마음 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웃어요?”
“생존하는 일로 축하받는 게 재미있어서.”
한성은 그렇게 달려왔다. 일이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살아계신 걸 축하합니다.”
“그것도 축하할 일이긴 하잖아요? 숨 쉰다고 다 살아 있는건 아니니까.”
한성은 애잔한 감정이 비치는 유주의 눈을 냉담히 바라보녀 말했다.
“용건이 그거야?”
“허락.....아니 오빠 생각을 듣고 싶어서 나왔어. 나, 동이 미술관에서 일하려고 해요.”
조금은 변한 걸까. 이런 식으로 똑바로 쳐다보다니. 그래 이게 한유주의 실체였는지도 모르지.
“할머님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내가 상뜨백화점 갤러리를 맡을지도 모른단 얘기 들으셨다면서. 동이 쪽에 자리가 비었으니까 와달라고요. 굳이 자리 만드신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오빠가 더 잘 알겠지만 할머님이 나한테 참 다정하셨고....”
“이젠 회장님이지...”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사적인 관계가 끝났으면 공적인 일로만 대하는 게 맞지 않나?”
입술을 꼭 깨무는 버릇은 여전했따. 차분히 말하려 애쓰던 기력이 다했는지 담담했던 표정에 감정이 떠올랐다. 그때, 홀 한쪽에서 쨍그랑 소리가 들려왔다. 종업원이 쟁반을 놓친 모양이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처음이라....정말 죄송합니다.”
컵 깨진 소리보다 더 우렁찬 목소리가 연방 사과를 해댔다. 대화하던 손님들의 시선이 빨간 치마에 흰 셔츠를 입은 키 큰 여 종업원에게로 꽂혔다. 매니저가 나타났고 또 사과가 연이어 이어졌다. 작은 소동은 조용히 한성의 초점에서 사라져 가고 다시 유주를 마주해야 했다. 편안함은 어디 가고 긴장감만이 든다. 한유주를 만나면서 긴장한 적이 있었던가. 이젠 남과 다를 바가 없으니 그렇겠지.
“마음대로 해.”
“내키지 않는 거예요?”
“내가? 그럴 이유라도 있나?”
“....”
“미술관에서 누굴 고용하든, 네가 어디에 취직하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어머님이....오빠네 어머니께서 좋아하시지 않을 거예요.”
“미술관에서 손을 떼신 분이야. 어머니가 관여하실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그리고 그건 내사정이지.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시든 너와는 상관없는....”
“그 말 그만 할 수 없어요?”
유주가 날카롭게 말했다. 3년을 사귀어 약혼까지 하면서도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토라지거나 샐쭉해진 적은 있어도, 두 눈 부릅뜨고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새된 목소리로 대드는 건 모르는 여자였다.
“상관없게 된 거 즐기기라도 하듯이 그러지 좀 마요.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졌다고 해서 무시할 순 없잖아요.”
“무시해.”
“오빠.”
한성은 잔을 비웠다. 소에 힘이 들어갔다. 뭔가가 뇌관을 건드린 탓이다. 익숙한 향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화가 난다. 시선 마주치며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 여자, 죽여버리고 싶다.
“얘기 끝났으면 먼저 일어나지.”
“약속 있어요?”
“응.”
“여기서?”
“이동할 시간 없을 거 같아서.”
“그럼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다음으로 미룰 수도 있었는데....시간 뺏어서 미안해요.”
유주가 일어서는 걸 보고 한성은 시선을 피했다.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여종업원의 뒷모습이 보였다. 접시를 드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한 번쯤, 잘 지내냐고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한성은 서 있느 유주에게로 시선을 올렸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실망하고 미워도.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서 한 번쯤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 있지. 근데, 안 그러고 싶다.”
“왜요?”
“시간 낭비니까.”
“후, 잊고 있었네요. 오빠네 다들 차고 거침없고 허튼 데 투자 안 하는거.”
“잊고 있었다니 다행이군.”
차가운 대꾸에 유주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선 채로 입술을 깨물고서 맺힌 목소리로 유주가 말했다.
“알면서도 몇 번이고 기대했어요. 바보같이....일방적으로 파혼당했으니 얼마나 놀라고 당혹했을까. 화난고 분해서라도 찾아올 줄 알았어요. 근데 전화 한 번 없었죠. 유학 간다는데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나한테, 당사자인 나한테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잖아요. 붙잡는 건 바라지도 않았어요. 오빠가 물어주기를.....나 찾아와서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지 물어주기를 바랐어요. 내가 어떤 상황인지. 내 마음이 어떤지!”
격양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매니저가 눈치를 보며 움찔움찔했다. 유주는 눈물을 뚝뚝 흘렸고 한성은 미동도,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런 유주를 보았다.
“공항에 갔어.”
“뭐?”
“누구도 니 등 떠밀고 있진 않았어. 니 발로 들어가는 거 봤지. 잘 ....들어가더군.”
“오빠...”
“그만 하자. 싫증 난다.”
“얼마나 했다고? 우리 이제 겨우...”
“그만 가줘. 약속 시간 다 됐어.”
원망스런 눈길과 함께 유주가 떠났다. 긴장된 기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그룹의 변 이사가 도착했다. 한성은 동이그룹의 동이제약을 맡고 있지만 동이그룹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주력 사업은 식품 서비스 쪽읻. 그 주력 사업을 맡고 있는 것이 한결의 어머니와 형이다. 하지만 본디 그 자리를 맡기로 되어 있었던 건 죽은 한성의 아버지였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돌아가신 사장님 지지했던 이사5명을 해임할 모양입니다.”
“변 이사님도 포함되는 거군요.”
“네. 거기에 추가로 이사 9명을 더 뽑아서 의결권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9명에 둘째 아들을 넣는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한결이를요?”
“전에 한 번 봤는데 돌아가신 회장님을 가장 많이 닮았더군요.”
“저돌적이고 대범한 놈이죠.”
건방지고 게으르고 불성실의 표본같은 놈이기도 하다. 한결은 어느 쪽으로든 될 수 있다. 어느 쪽으로 마음을 먹느냐에 달렸다.
“기회를 줘보자는 쪽, 별 볼일 있겠냐는 쪽, 의견이 분분합니다. 외자 유치 건은 어쩌시렵니까? 저쪽에서 계속 방해할 모양인데 끝까지 추진할 수 있겠습니까?”
“이사회를 소집해서 설득해야죠. 수익성을 먼저 고려하는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형제 간에 갈등이 있었다. 장남이 한성의 아버지가 회장직을 맡기로 되어 있었지만 차남인 한결의 아버지를 비롯한 나머지 형제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한성은 아버지의 자리를 다시 찾을 생각이다. 그래서 한성은 견제받고 주시당하고 있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여기서 끝은거다. 변 이사가 간 뒤에도 한성은 홀로 바에 앉아 술을 마셨다. 머릿속은 명쾌한데 마음이 선명하지 못했다. 유주 때무이다 추억이 감정을 선동해 이성마저 흔들고 있다. 날 버리고 간 여자.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시바스리갈 한 병을 다 비울 즈음 바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몇 분 후 한성은 남아 있는 중년 남자가 종업원의 등에 업혀 나가는걸 보았다. 제 목의 두배는 될 것 같은 남자를 업고 가는 종업원의 종아리가 가늘다.
“너 괜찮겠니?”
“걱정 마세요. 제가 체력 빼면 시체예요.”
여우가 거치 숨소리를 내면 곰을 업고 간다. 여우, 곰..... 상상한 것만으로도 괜히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술기운 탓이다. 이윽고 마지막 잔을 비운 한성이 손을 들었다.
“여기 빌.”
“네?”
조르르 달려온 종업원이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서 물어왔다.
“손님, 부르셨어요?”
“계산.”
한성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아, 예”
뭐가 급한지 기운차게 돌아가는 종업원의 엉덩이가 테이블을 퍽 쳤다. 그 바람에 테이블에 팔을 괴고 있던 한성의 머리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
“헉! 소, 손님! 괜찮으십니까?”
“또 무슨 일이야?”
“손님이 머리를....”
이마를 찧은 한성은 그대로 테이블에 푹 엎드려 있었다. 머리를 들고 있는 것보다 이게 더 편했다.
“제가 부딪치는 바람에...”
“하루 종일 몇 번을 말해야 돼! 매사에 조심 좀 하라 그랬지! 으이고, 정말 내가 못 살아! 계집애가 정말 뭘 먹고 힘만 키워 가지고는.!”
“제가 그랬잖아요. 체력 빼면 시체라고.”
“시끄러! 저....손님? 손님.”
“괜찮으니까 계산이나 해줘요.”
매니저가 카드를 뺏어 들고 가자 종업원이 미안한 투로 물어왔다.
“머리는 괜찮으세요?”
한성은 손을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옆에 섰던 종업원이 팔을 붙잡았다. 새삼 누군가 싶어 봤더니 컵을 깨트렸던 그 여종업원이다. 곰을 들쳐 업고 갔던 것도 이 여자였나 보다. 근데 왜 붙들지? 나까지 업으려고?
“됐어.”
한성은 팔을 뿌리치고 걸음을 옮겼다. 서너 걸음 옮긴 뒤에야 지면이 고르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생각보다 많이 취한 모양이다. 바닥이 울렁거린다고 생각한 순간 또 누가 팔을 잡아 당겼다.
“손님. 제가 입구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대리 운전 불러드릴까요? 아니면 택시 불러드릴까요?”
키가 커서인가. 팔 한쪽 맡긴 것뿐인데 의지가 됐다. 벽을 짚고 걷는 것처럼.
“대리를 좀....”
“네, 부를게요. 5분이면 올 거예요. 그리고 여기 카듸 사인도 부탁드립니다.”
꽤 취했음에도 한성은 사인을 하고 지갑을 꺼내 카드를 넣었다. 흔들리는 시야에 여자가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독특한 얼굴이다. 짧은 머리, 동그란 눈, 흰 피부, 취해서인가. 남자처럼 보였다. 입술이 붉은 미소년.
“여기서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면 차로 모셔다 드릴까요?”
한성은 다시 여자의 팔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는 걸음을 내디뎠다. 간신히 입구를 빠져나오니 찬 기운이 엄습해 왔다. 차라리 시원해서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주차장을 향해 겉는데 속에서 심상찮은 신호를 보내왔다.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건물벽을 따라 모퉁이를 돌았다. 순간, 속이 욱하고 치밀었다. 결국 벽이랑 머리를 맞대고 먹은 걸 게워내고 말았다. 대학 1학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네.”
“윽!”
등을 치는 주먹이 가슴을 울렸다. 숨이 턱턱 막혔다 아파서 나올 게 다시 들어갈 것 같았다. 한성은 손을 내저으며 그만 하란 신호를 보냈는데 오히려 주먹질이 더 세졌다.
“확 다 토해버리세요. 그러면 한결 낫잖아요.”
“그, 그만.”
“네?”
“으윽!”
“아, 물이오? 잠깐만요.”
한성은 기운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자시이 토악질한 것을 옆에 두고 퍼질러 앉고 말았다. 찬바람이 느껴지고 자동차 소리도 들렸다. 조금씩 정신이 들어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았다.
“여기, 물이오.”
입을 헹군 한성은 한두 차례 기침을 하고 정신이 든 눈으로 움직이는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그러더니 뭔가를 들고 다가왔다.
“좀 괜찮으십니까? 손님?”
서비스 교육을 받은 티가 물씬 풍기는 말투. 한성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괜찮으신가 보네요. 근데 거기 좀 지저분한 거 같은데. 이쪽으로 앉으시죠.”
한성은 여자의 시선을 따라 옆을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가게 뒷문 앞에 있는 화단에 걸타 앉았다.
“아까 남자 손님을 업고 가는 것 같던데.”
“아, 네. 취하셔서요. 완전 떡 되니까 어찌나 무겁던지.....택시 태워 보냈는데, 댁까지 잘 가시려나 모르겠네.”
“힘이 좋더군.”
“그게 탈이라니까요.”
한숨을 쉬며 여자가 다가왔다. 옆에 턱 걸터앉으며 손에 들고 있는 비닐을 만지작거렸다. 톡, 톡 터지는 소리가 났다.
“오늘이 이틀짼데 컵만 8개예요.”
“8개?”
“깨먹은 거요. 접시 2개. 화병 1개. 매니저님이 내일부터 나오지 말래요.”
여자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 들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엄만 반지를 잃어버렸어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은 명품계인가 뭔가 조직해서, 그 돈으로 노래 학원 등록했다니까요. 미친년. 후우....생각하면 불쌍하죠. 오죽 하고 싶었으면.......”
“담배 줄까?”
“네? 아, 아뇨. 아저씨 피우고 싶으면 피우세요.”
손님에서 자연스럽게 아저씨라고 말하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넋두리를 하면서 전혀 거리낌이 없다. 재미있는 여자다.
“도장은 점점 비어가는데 고기 값은 자꾸 오르고. 알바는 죽어라고 잘리고. 이제 새벽 알바밖에 남은 게 없네.”
“새벽 알바?”
“네. 근데 그건 몇 푼 되지도 않아요. 우유 배달이라. 그것도 자전거가 시원찮아서 앞날이 참 캄캄해요. 그저께는 갑자기 핸들이 말을 안 들어서 코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었다니까요. 그날 수련 중에 피까지 봤는데 참 가관이었죠. 쌍코피가 이렇게 슝 흐르니까 승경인 울고 태원이는 코 막아준다고 난리 피우고. 아무튼 그 녀석은 신기한 건 꼭 지가 해야 되거든요. 코피는 초등학교 4학년때 송판이랑 맞짱 뜬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송판이랑 맞짱?
“최악은 그 변태 배추벌레 같은 놈인데......어우! 생각을 말아야지.”
“배추벌레?”
“네. 아저씨 혹시 배추벌레 보신 적 있어요? 전 어렸을 때 집 앞 텃밭에서 배추 캐다가 봤거든요. 제가 웬만해서 안 놀라는데 되게 징그러워요. 근데 그 자식이 꼭 그 배추벌레 같단 말이죠. 그리고 완전 변태예요. 미친놈. 어우 씨! 재수 없는 자식! 퉤! 퉤!”
욕을 하면서도 여자는 손에서 비닐을 놓지 않았다. 욕을 할때마다 터지는 소리가 따닥따닥 더 요란하게 났다.
“그거 재밌어?”
"네? 아, 뽁뽁이요?“
“뽁뽁이?”
“네. 같이 좀 해보실래요? 스트레스 푸는 데는 이게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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