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1년 전에 엄마가 집에 오시다가 길에서 넘어지셨어요. 넘어지시면서 어깨를 찍히셨거든요. 엄마는 부대에서 조리사로 일하시는데요. 생소하실 수 있지만 요즘 부대는 아줌마들이 식당에 계시면서 이것저것 도와주시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암튼 그런데 엄마가 아파서 병원을 가고자하니 거기 윗대가리가 뭐 겨우 넘어진 거 가지고 그러냐며 시간을 안빼줘서 일주일이나 늦어 병원을 갔어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파서 병원에가니 자세히 봐야한다며 온갖 검사를 하고, MRI도 다 찍고했는데, 그냥 타박상이라더군요.

타박상이라 그냥 좀 물리치료 하고, 파스좀 붙이면 낫는다는 식..

그렇게 병원을 다니고 또 다녀도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친구에게 부탁해 일산 한방병원부터 해서 온갖 병원을 다 다녔는데 치료비만 날릴 뿐. 어깨는 1년전보다 더 아프면 아팠지, 덜해 지지가 않더라구요. 병원에선 치료가 더딘 사람이 있으니 꾸준히 받으란 말들만 하고, 자기가 그렇게 치료하는데도 환자가 안나으면 정말 의심이라도 한번쯤 해줄만 한데 아무도 그 아무도..왜 정말 무엇때문에 아픈지 아무런 얘기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어깨나 이런쪽 관절같은 치료를 잘한다는 병원을 찾았고, 마지막 기대를 걸으며 그 병원에 두어달 정도 물리치료를 다니셨는데, 아마 그 안선생님을 못 만났으면 앞으로도 엄마는 쭉 계속 고통속에서 사셨을지도..그 분이 엄마를 두세달 정도 치료하시는데 2주전에 부르셔서 하시는 말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제가 치료를 하면서 쭉 봤는데, 차도가 없어요..사실 두세달이면 많은 분들이 차도를 보이시는 편인데, 치료하실 때만 좀 괜찮고 다시 그 담주가 되면 똑같고 이렇네요. 이건 다른 원인이 분명 있을 거 같습니다. 소견서 써드릴테니 전문병원에 가서 다시 한번 진찰받아보세요"

그러시면서 소견서를 써주셨고, 전문병원에 가니..그 의사가 엄마 MRI를 보자마자 놀라면서, 아니 엄청나게 아프고 고통스러웠을텐데 어떻게 참으셨냐고 하시더랍니다. 그 병원에서도 다시 한번 촬영을 해 나온 필름을 대조하면서 보여주시는 데, 엄마 어깨의 인대가 끊어지고 근육이 찢어지면서 엉뚱한 데 가서 자리를 잡았다는 겁니다. 타박상이라 했던...의사가 옆에 있었다면 발로 차버리고 싶은 심정;

그때는 안나온 증상이 지금 나온 것이 아니라 그때 사진에도 분명 인대끊어진거며, 근육 찢어진 게 다 나오는데 말그대로 찍을줄만 알고 볼 줄 모르는 사람이 대충 그걸 타박상이라고;;;엄마도 우리도 그걸 모르고 계속 물리치료만 받으러 다니고, 더 아프시다 하면 한약지고 등등 별의별 걸 다 했는데;;; 원인이 타박상이 아니라 인대가 끊어진거였다니...정말 기가 찹니다.

한두번 찍은 것도 아닌데, 아무도 이 병원을 오기 전까지 제대로 판독을 못했다는게, 이러니 사람들이 동네의원이고 작은 병원을 가지말라 얘기하는 거구나 하고 이해했습니다. 아마도 이게 잊혀지지 않는 한 우리 식구들 모두 이제 작은 병의원엔 가지 못할 거 같습니다.

제가 또 하나 화가 나는 건 그 기간동안 다닌 병원마다 좀만 더 치료받음 된다는 식으로 대충 넘겼단 사실입니다. 차도가 늦은 사람 있으니 좀만 더 기다리라는 식으로 대충 치료기간만 늘려서 의미없는 치료로 시간낭비를 하게 만든 그 사람들이 의사라는 게 좀 화가나네요.

이번에 물리치료 해주신 그 분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젠 수술로도 해결못할 뻔 했어요. 그동안 엄마가 그렇게 아프다 하신 걸 사실 저도 근육통 정도로 여겼는데, 얼마나 아프셨을까요..의사분도 놀라서 어떻게 참았냐고 몇 번을 물으실 정도였는데, 아빠랑 저는 정말 놀랬습니다.

엄마가 일요일 입원하시는 걸 숨겼는데, 제가 어디 갔다가 갑자기 그날 엄마한테 전화를 걸고 싶더라구요. 엄마는 참 자식 걱정 덜어준다고 그런 큰 일을 숨기시려 하고..암튼 월요일 수술이 잘 마무리됐고 지금은 팔움직이시는 운동하면서 입원 중...휴;;;

그래도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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