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다 싶을 때 잡지 않으면 (사랑을 놓치다) 남자에게 일이 생기면 열에 아홉은 '여자'때문이다! 왜 몰랐을까, 그게 사랑이었다는 것을... 왜 지나쳤을까... 그 사람인 줄 알면서도...

10년 전... 그 남자_우재 이야기. 대학 조정 선수인 나는 사귄 지 200일 되는 날 여자친구에게서 이별통보를 받았다. ‘왜?’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떠난 그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아픈 마음을 술로 달래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친구 ‘연수’와 ‘현태’는 그녀를 잊으라며 위로해줬지만 결국, 나는 군대로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어느 날 친구 ‘연수’가 면회를 왔다. 학교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훨씬 여성스러워진 그녀의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이럼 안 되지’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그녀를 막차에 태워 보낸다. 차에 올라타는 그녀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건 왜지?

10년 전... 그 여자_연수 이야기. 오늘 ‘우재’가 여자친구에게 차였다며 또 술 먹고 울고불고 해댄다. 처음으로 담배를 피워봤다. 콜록콜록. 눈물이 난다. 담배가 매워서 그런 건지 내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건지.. 그냥 난 더 이상 그가 술 먹고 우는 모습을 보기 싫은 거다. 내가 그의 위로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군대로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용기를 내서 면회를 갔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그랬듯 나를 너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역시 그는 날 친구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 이걸로 됐다. 이젠 다 잊어버려야지.’ 그렇게 간직하고 있던 그의 사진과 함께 그에 관한 모든 기억을 버렸다.

10년 후... 그 남자, 그리고 그 여자의 이야기. 어느 날 고교 조정부 제자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시비로 파출소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우재’는 급하게 파출소로 향하고, 같은 시간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연수’는 꼬마 단골손님이 아끼는 애완견을 찾기 위해 파출소에서 경찰관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 순간, 파출소 안으로 ‘우재’가 들어서고 그들은 그렇게 10년 만에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2년 전 이 영화를 봤을 때, 아 너무 고루해; 지루해..라고 생각하며 스킵했었다. 그리고 오늘 SBS에서 다시 해주는 이 영화를 보며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 두번 째 보기때문에 그런 거 같다. 아니, 이상하게도 오늘은 더욱 집중하게 되는 이 영화..사랑을 놓치다.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타이밍이다. 그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내 마음이 그냥 재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마음은 제어가 되지 않아 언제 시작할 줄 언제 끝날 줄을 내 자신도 모른다.

우재를 사랑했다. 그의 마음을 얻고 싶지만 티내며 구걸하고 싶진 않아서 바라만 봤다. 그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다 군대를 갔을 때, 혹시라도 마음을 얻을 수 있으려나 싶어서 그의 면회도 가보고 일부러 화장실에서 시간을 끌며 막차를 놓치고 싶을만큼..하지만 나에게 마음이 없는 우재는 재촉하며 굳이 막차를 잡아서 나를 보내준다. 그래 그에게 나는 여자가 아니다.

그리고 10년이 흐르고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그를 다시 만나게 됐다. 혼자였던 그 둘에게는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있었다. 그냥 둘이 사랑하기만 한다면 너무나 쉽게 금방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망설여진다. 이 여자가 내 여자인지, 나에겐 아직 많은 날들이 있는데 이 여자말고도 왠지 더 좋은 조건의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연수가 이혼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고민의 시간도 없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 때 선배가 말해준다.
사과..제일 큰 사과를 따려해도 계속 더 큰 사과가 보이는 거 같다고 그래서 너무 고민하다가 결국 따지 못한다고 사랑이라는 건 있을 때는 모른다고, 헤어져봐야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된다고..

그제서야 그는 자기 마음을 알게된다. 연수가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사랑하는지..자기도 미처 깨닫지 못한 그녀의 자리가 크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또 그와 다르다. 그런 자기를 두고 고민을 하는 그를 기다리던 그녀도 지쳤고, 또 이마음을 극복하는 데는 자기 옆에 그림자처럼 붙어있던 상식이라는 존재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항상 말수가 적은 그가 어느 날 문득 이런 말을 한다.

"잘해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겁니다."

다급히 찾아온 우재를 돌려보내고 연수는 그 버스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터미널 옥상에 뛰어올라가 흐느낀다. 사랑하지만 그를 잊을 수 있을 거 같진 않지만 보내줄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좋아하면 잡지, 그렇게 찾아온 사람을 돌려보내는 이유가 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그 보낸 마음을 알 거 같다. 무슨 마음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나도 아마...우재를 돌려보냈을 것이다.

그 둘은 아직 시작한 적도 없지만 또 아직 끝도 아니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시작한 것도 끝난 것도 없는 거 같은 사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10년이 지나온 이상하게 서로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겼던 일이 있음에도 망각제를 같이 먹은 것처럼 또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나는 아니 사실 티를 안내면서 가슴에 삼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잘 모르겠다. 우리가 무슨사이인지, 남들이보는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지..아직은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더 큰 사과를 따기 위해서 눈을 돌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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