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Cats)를 보다.

from living 2008. 10. 10. 20:23
다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착한 일 하며 사는 것도 아닌데 이런 영광의 자리를 초대해 주시다니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빨리 후기를 써서 보답했어야 했는데 후기도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지난 9월 23일 화요일에 캣츠2008 한국공연을 보고왔습니다. 원작의 인기가 워낙 좋은데다가 바로 전에 오리지날 공연을 하고 9월 중순부터는 드디어 우리나라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한국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보고나서 생각은 오리지날 공연을 한번쯤 볼 걸 그랬다라는 생각이 강렬했어요. 그래야 정확한 비교 및 리뷰가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인데, 암튼 한국어 공연만 봤고 그 공연에 대한 리뷰이니 어느 부분은 너무 주관적이라 참고하시는 데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샤롯데시어터는 잠실역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야 하는데, 사실 이정표가 그렇게 뚜렷한 편은 아니라 아예 잠실역에 익숙치 않은 분들에게는 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알고 걸어오면 그닥 어려운 노선은 아닌데, 잘 모르면 헤매실수도 있습니다. 샤롯데시어터의 외관은 정말 영화에서 나오는 외국 극장을 옮겨다 놓은 듯이 생겼고 꽤 웅장합니디. 겉의 외관만큼..공연장을 제외한 실내장식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연장이 문제인겁니다. 로비가 어떻든, 겉이 어떻든 저는 별로 상관은 없는데, 뮤지컬 극장으로 쓰기엔 샤롯데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좌석의 생김새와 배치, 정말 저는 제가 늙어서 귀가 안들리나 했습니다. 소리가 정말 너무 작아서 마이크 안쓰고 생목소리로 공연하는 줄 알았습니다. 공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음성의 전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엄연히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몸짓을 보며 감동을 받아야 하는 공연인데 샤롯데의 공연에서는 정말 그걸 느끼기가 힘들더라구요. 자리가 넓게 퍼져있는데 제가 앉은 곳이 특히 후미진 곳이라 그런지 왼쪽편의 소소한 움직임들은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이건 뮤지컬캣츠의 리뷰지, 사실 샤롯데시어터 리뷰는 아니지만 이 공연이 더욱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성공하길 바라는 입장에서 공연장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사운드가 너무 안받쳐준다는 생각도 들어서..우선 캣츠의 시놉시스는 이러합니다. 시놉을 읽고가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안그러면 많은 분들이 당황하실 겁니다. 기승전결식의 흐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공연이 잘못하면 지루하게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젤리클고양이들(홈페이지를 보니 젤리클이라고 나오네요. 전 제니클로 들었거든요 공연내내;;) 그들을 소개받고, 알아가는 시간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계속 사실은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소개되거든요..이런 부분에선 어른들은 약간 이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시더라구요.

처음 등장부터 어디선가 많은 고양이들이 객석에서부터 깜짝 등장을 해서 놀래킨다. 1층에 앉은 사람에게는 굉장한 경험을 제공한다. 고양이들이 내 주변에서 돌아다니는 걸 보면 좀 더 극에 몰입할 수 있으면서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내가 이 공연을 보는 날은 원어공연의 배우들이 함께 객석에 참석하고 있어서 공연중의 관객반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그들을 격려하고 더욱 신나게 분위기를 몰아갈 줄 아는 그들의 응원같은 반응은 정말 배울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으로 100% 오픈하고 안을 수 있는 그 생각들이 좋아보였다. 다만, 너무 그러다보니 약간은 소란스러운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처음 젤리클 고양이의 특징을 설명할 때는 배우가 꽤 어려명이 얘기하는데 너무 웅성인다는 느낌에 대사가 잘 전달이 안됐다. 중반부쯤..하나 둘 흩어져서 객석으로 나와서 옆에서 대사를 하는데 그때는 잘 들렸다. 확실히 1층에 앉은 보람이 있다는 걸 또 한번 느꼈다. 제니애니닷이 나왔을 때 군무는 사실 좀 안습이었다. 지금은 연습해서 좋아졌을려나 하고 생각하지만 내가 볼 당시에는 박자가 조금 엇박이라 어느부분에서 박수를 치며 호응을 해야할지 좀 애매할 정도였다. 많이 보완됐으리라 믿고 또 공연을 거듭하다보면 분명 더 좋아질 것이다.

근데 흰고냥언니 너무 뚫어지게 한곳만 바라보는 거 아님미...아이 부끄;;; ㅋㅋㅋ 불타겠어요;쿨럭

역시 나의 눈을 한 눈에 사로잡은 건 암고양이들의 우상 럼 텀 터거가 등장했을 때인데, 그의 노련한 몸놀림이나 제스츄어가 이거 객석에서 같이 소리지르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걸 빅뱅의 대성이가 한다니 꼭 다시 가서 그 공연을 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우리가 갔을 당시에 캐스팅은 그리자벨라가 옥주현이었고 그래서 아는 얼굴이니 이제나 저제나 나오길 기다렸는데, 이게 고양이 한마리에 집중한 뮤지컬이 아니고 각각의 개성있는 고양이 전체를 다루고 있어서 개인으로 치면 그다지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닌 편에 속한다.

그런데 내 생각엔 그렇기 때문에 이 한 마리 한 마리의 고양이 캐릭터 전체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이런 집중력은 좀 부진했던 거 같다. 그리자벨라라는 캐릭터가 이 뮤지컬의 핵심곡이 메모리를 부르는데, 옥주현의 메모리는 어딘가 포스가 없고 그냥 후반부의 메모리에서 절규하는 것은 너무 힘겨워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그리자벨라의 캐스팅으로 한 번 더 보고싶다. 그리고 그리자벨라의 살아있는 캐릭터를 기대해본다.

다양한 고양이들이 존재하고 그들 하나하나의 개성과 특징을 찾다보면 어느새 금방 시간이 가버린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흘러주는 메모리가 마음을 더욱 동하게 하는 묘한 효과가 있다. 과연 이것이 국내캐스트로 성공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상이다. 그리고 시종일관 내내 고양이가 된 그들의 주변을 서성일때 관찰하곤 했는데 정말 고양이를 관찰하는 기분이었다. 다만, 이런 캐릭터 나열인지라 잘 모르고 간 사람은 극 내내 당황할 수도 있으니 꼭 공연을 가기 전에는 꼭 공부를 하고 가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저도 공연 내내 무언가 다른 스토리를 계속 기다렸거든요.

사실은 그 개성강한 고양이 하나하나 다 고개를 하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대표할만한 고양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달까요..특히 마술사고양이 미스토펠리스 부분은 대사는 없지만 가장 신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그리고 그의 귀여운 몸짓이 시종일관 미소짓게 만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난 후의 커튼콜은 모두가 함께 열광하면 박수치며 다 함께 즐거운 기분이었다. 역시 뮤지컬을 보고 나면 기분이 같이 구름처럼 떠오른다고 해야하나..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공연을 감상하게 해준 다음(티스토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