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3

from sitcom diary 2008. 6. 23. 16:27
1. 오해
왠지, 나는 늘..사람속에 북적이며 살고있을 거라는 사람들의 오해를 받은지는 너무 오래되어서 정말 그런게 아니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도 신물날정도로 지쳐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사는데, 나는 주중의 반 이상을 집에 있고 보통 주말에만 잠시 나갈 뿐인데 사람들은 내가 내내 집에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나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냥 집에서 혼자있는 거 좋아한다. 히키코모리는 아니지만 일단 요즘은 해가 강해서 살타는 거 엄청 싫어해서 왠만하면 낮에 나가는 외출은 너무 싫다. 근데, 다 좋은데 내가 늘 바쁠거라는 오해는 대체 무엇인가 내가 너무 사람들에게 바쁘다고 징징대는 것일까? 자리에 부르지 않고 '앗 왠지 너는 바빠보여' 보통 이런 경우 너 근데 언제 시간있니하고 물으면 그날은 정말 가뭄에 콩나듯 약속 한번 있는 날인데 절묘한 타이밍에 물어보니 나 오늘은 일정이 있는데? 그럼 난 또 바쁜사람이 되는거지.


2. 죽음
무엇을 살 때마다 들르곤 하는 슈퍼..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그 소식을 슈퍼 앞에 붙은 喪中이라는 종이로부터 알게되었다. 아주머니는 청소년이 담배나, 술을 사는 것에 엄청나게 철저하신 분으로 성격도 약간 괴팍하시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는 또 친절하신 그런 분이셨다. 어느 날 슈퍼에 앉아서 난 한 시간 동안 먼저 떠나보낸 큰 아들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도 있고 종종 가끔..말동무가 되기도 했었다. 지금 슈퍼를 같이 하는 아저씨가 둘 째 아들이라는 것도 그리고 누나가 있는데 좋은 남편 만나 잘 산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난 알고 있다. 그렇게 가끔 긴 대화를 하기도 하고, 짧게 만나 인사를 나누던 그 분이 이제 없다.

아직 슈퍼문은 닫혀있고, 여전히 그 종이가 붙어있다..그 종이를 발견한 새벽 멀리 떨어지지 않은 병원에 계시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 조문에 익숙하지 않은 버르장머리 없는 나로서는 장례식장을 가는 데 울렁증이 있어서 몇 번을 그 종이만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아줌마 미안해요'를 되뇌었다. 그리곤 엄마를 떠올렸다. 예전엔 죽음을 생각하면 무섭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이 부모님으로 연결된다. 난 부모님의 나이를 외우지 않는다. 생년월일을 외우고 나이로는 따지지 않는다. 난 그게 무섭다..부모님이 나이들어가신 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 내가 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분들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그래서 나이를 외우는 게 무섭다 이젠.

슈퍼문이 열리면 이제 난 가서 뭐라고 첫 마디를 떼어야 할까? 난 그런 것조차 개념이 없는 아직 철부지인 거 같다. 뭐라고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쭈뼛이면서 결국 슈퍼를 못들어가는 건 아닌지. 우울하거나 울적할 때마다 딸기우유를 사먹는 버릇이 있어, 딸기우유를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오늘 기분이 안좋은가 보네' 하던 아줌마의 대사가 이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당분간은 목이 메여 마실 수가 없겠구나 싶다.


3. 집착
예상은 했었다. 내가 전화번호를 바꾼 그 순간부터 너는 끊임없이 그 바뀐번호를 찾아 헤맬거라는 것, 그게 누그든 나와 연계된 사람만 있다면 무작정 물어볼거라는 것 그래서 조금은 무서웠기도 했다. 그리곤 내내 잊어버리고 있었던 너라는 존재가 오늘 다시 부각되었구나..길에서 우연히 만난 애한테 내 전화번호를 다짜고짜 물어볼만큼 마음이 급했던거니..근데 다행이네. 니가 그럴 걸 예상하고 나 연락할 일이 없는 한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고 있지 않거든..그래서 예전 내 번호를 쓰던 사람들에겐 참 미안하지만..난 좀 다행이다.

종로를 나가도 무섭다. 너를 마주치게 될까봐..그래서 왠만하면 종로에서 만날 생각도 안하고 또 그 거리를 걸어다닐 생각도 지금은 안해. 니가 갑자기 불쑥 나타나 말을 거는 게 지금 나에게 최고의 공포야. 사실 다른 사람은 그 정도면 안다? 전화번호가 바뀌고, 그 사람이 따로 전화해서 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으면 니가 싫다는 뜻이라는 거 왠만하면 다 아는데, 넌 왜 그 정도 눈치도 없니? 하긴 생각해보면 너는 내가 농담으로 한 말에도 혼자 심각하게 고민했던 사람이니 너에겐 무리겠구나.


4. 산만
나는 늘 어릴 때부터 산만하다는 말을 들었다. 선생님이 써주시는 기록부 같은 것에도 늘 떠나지 않는 단어가 바로 그 산만이었다. 이 아이는 산만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인지 난 이상하게 뭐든 여러개를 켜두고 이것저것 산만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훌륭한 사람이 되었겠지만 이것저것 너무 잡다한 것들에만 매우 산만해서 정말 집중력이 떨어진다. 어른이 되어간다고..산만함이 진지함으로 바뀌지 않는 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5. 오기
나의 나쁜 버릇중 하나가 바로 오기부리는 것이다. 이게 근데 나에게는 좋은 버릇이기도 한데, 이유없는 선입견에서 오는 부당함을 받았을 때, 나의 오기는 100%충전된다. 내가 산만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글자를 못 읽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고, 이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데 보통 사람들은 산만하다, 어지럽다 고로 이 아이는 이해력이 떨어지는 바보다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뭐 니가 그거 한다고 되겠어?'라는 대사를 서슴없이 날리는 거겠지만 덕분에 나는 하면 된다로 보답해(?) 드리기도 한다.

갑자기 강의 시간 중에 발표가 있었는데, 난 산만해서 그걸 발표해야한다는 걸 못들었다.(이건 좀 바보같네?) 학교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고 강의 시간을 1시간쯤 남겨두고 급조해서 발표과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 당연히 허접하고 뭔가 날로먹는 듯한..수준이었는데, 수업시간이 됐고, 나의 발표는 묻히기 바라는 마음에 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닥치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오우지쟈쓰...아 왜; 이런 상황..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내 맘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절묘하게 잡은 컨셉이 그 교수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여서 갑자기 교수가 급반응...근데 사전에 내가 이걸 알고 쓴 게 아니고, 그 사람의 그림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은지 얼마 안된 터라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그 날의 발표로 나는 용됐다. 교수가 수업을 나가기 전 '아무래도 이번 학기에서 A+는 한 명일 것 같다' 자..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난 수업을 날로 먹으면서 학점만 좋게 받아가는 정말 나쁜년이 됐다. 아무 노력도 없이..

물론 1시간 전에 작성한 것은 맞다. 발표물이..그래서 어부지리로 좋은 점수를 받게 된 것도 인정한다. 근데 아무노력없이..는 좀 너무하다. 시험 때가 되면 은근히 빈정대는 이들의 말..'넌 준비 안해도 되잖아, 어차피 점수 잘 나올 거 아니냐?' 그래서 점수 잘나오면 배아프고 못나오면 제대로 평가받은 거고? 근데 참 고마운데 그 말들이 나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오기부리게 해주긴 했어.

요즘의 나에게는..이런 게 필요하다. 너 왜 그렇게 살아? 이런 강한 말..내가 오기부리며 열심히 살 수 있게 어떤 강력한 파이어..! 그럼 나 좀 열심히 살 지 않을까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 적고보니 뭔 얘긴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길게 쓴 거 발행 안할 수도 없고...난감하네;


나의 얘기는 다 좋은 데, 늘 중간에 산만하게 삼천포를 가 ㅡ.ㅡ;
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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