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밤

from sitcom diary 2009. 7. 9. 02:35

나는 나를 자학하는 데 재미가 들렸나보다. 왜 모든 일에 대한 부분을 나 스스로 옭아매고는;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습게도 눈물을 흘린다. 왤까, 나는 나에게 뭘 그리 잘못한걸까? 내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남에겐 마치 쿨하게 잘 지나가는 척 하면서, 돌아서 오는 길이 외롭다.

너와 비에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는 건, 아마도 비가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던 너라서 그날은 만나지 않았거나 아니면 방한구석에 쳐박혀 각자 컴퓨터로 하고 싶은 일을 했던 거 같다. 아니 어쩌면 서서히 니가 희미해져 간다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많은 것들이 어렵고 두려운 나이지만, 이제 너를 떠올려도 눈물이 갑자기 흐르진 않을 정도로 내가 성장한건가..

지하철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니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니 친구로부터 듣는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펑펑 울면서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 하소연을 해야할까? 집에서 돌아버릴만큼 미친심정으로 절절한 마음을 적어야 할까, 더 깊은 나락속에 빠지며, 역시 나는 결혼하기엔 별로인 여자인거야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할까? 어느 쪽도 현명한 방법이 아닌 걸 안다. 사실 그렇게 되서는 난 아마도 구제불능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아직도 그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다.

니가 행복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철없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넌 누구도 나아닌 누구와 절대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철이 아직 안든 나라서, 니 소식을 어디서도 듣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니가 어떻게 사는지는 듣고 싶지 않다. 길에서도 절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란다. 니가 활짝 웃으며 누군가의 옆에 서 있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은..찢겨져 나가는 것처럼 아프다.

널 잊어야 하는데...
.
.
.
.
.
그리고 또 다른 너에게.
사실 만나는 순간부터 그닥 너는 내 타입도 아니었고, 썩 좋은 관계가 될거란 생각도 안들었다. 내가 분명히 싫증을 낼 것이 분명했고, 질리고 질려 너를 닥달할거라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만남에 응했던 것은 정말 정말 내가 외로웠나보다, 혹은 사실은 주변사람들의 권유가 빨리 그만두지 못하게 했다. 스무살 시절이었으면 아마도 주변이고 뭐고 나하고 싶은대로 지껄이며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막상 주변에서 니가 너무 까칠한거야, 그 정도면 착하고 좋은 데 뭘....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 이제 이런소리에도 반응을 하잖아.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너를 너무 닥달하지 않도록 인내심을 키웠다. 근데, 결론은 그거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너무 웃기잖아?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할 일을 억지로 물길을 내서 보내야 한다니 너무 아이러니. 그래도, 내가 하나 잘 한 일은 적어도 너에게 심한 말을하며 잘라내지 않았다는 점. 그때 다행히 너에게 이런 말을 해둔 걸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화도 안받고, 문자에도 답장이 없다면 뻔한건데, 이럴 때 집착하면 너무 싫어!

아무것도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보내줄게. 이 이상을 지속한다면 나의 잔인함이 어디까지일지를 난 잘 모르겠어. 내가 어떤 정도의 말을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인지..근데말야, 만날수록 지겹고 딱히 어떤 점이 좋다고 하기도 어려운 만남이 너무 고역이었어. 매번 그걸 알려줘야 하는 것도 정말 싫고..아 정말이야. 너랑의 통화가 1분이 넘어가면 지겹고 짜증이 나졌어. 그래도 니가 내 블로그를 몰라서 더 다행이다.

항상, 느려..뭘 해도 느긋한 너하고는 난 정말 안맞는 사람이야. 안녕, 나중에 니 이름이라도 기억할지 잘 모르겠지만 너에게 맞는 좋은 사람이 있을거라는 식상한 말로 대신할게.
.
.
.
.
.
아무리 외로워도, 이러지 말자.
자야겠다.

'sitcom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실, 흥미를 잃었어요;  (40) 2009.09.07
복자씨의 정원과 텃밭..  (32) 2009.07.22
앞으론..이렇게 살지 않겠다..  (22) 2009.06.24
착실한 회사생활;  (18) 2009.06.22
090612  (16) 200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