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 2007.11.06 

사실, 처음부터 이 식당이 붐볐던 건 아니다. 핀란드에서 주먹밥집을 운영하는 일본 여자 3명의 심심한 이야기라니.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나니 달랐다. 2006년 일본, 단 2개관을 시작으로 100여개관으로 확장 개봉된 <카모메 식당>은 그해 일본 인디영화계의 최고 히트상품이 되었다. 중년의 일본 여인들은 앞 다투어 핀란드행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그 덕에 헬싱키는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난 일본인 관광객을 맞이해야 했으며, 영화가 촬영되었던 식당에서 "스고이!" 같은 일본어 감탄사를 듣는 것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된 이후 올해 8월2일 정식 개봉되기까지 <카모메 식당>에 대한 감상평은 여기저기 블로그로 퍼져나갔고 훈훈한 입소문은 불법 다운로드의 어두운 구렁텅이로 호기심 많은 영화 팬들을 밀어넣었다. 여성감독 오기가미 나오코가 차려낸 심심한 듯 중독성 강한 <카모메 식당>의 인기는 결국 입소문의 무서운 힘만큼은 식당과 영화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증명한 셈이다.

"어쩔 수 없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한번 결정한 뒤엔, 도리가 없어요." 핀란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한 미도리의 대답처럼 <카모메 식당>을 본 이후 "선택의 여지없이, 도리없이" 무작정 헬싱키로 날아가게 되었다던 사람.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이 백야의 나라 핀란드에서 보내온 '갈매기 연서'의 첫장을 열어보자.
어쩌면 이건 '핀란드의 부엌을 향한 여행'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무방한 글일 것이다. <카모메 식당>을 보고 극장 문을 나왔을 때 들었던 처음 생각이, 나도 저런 부엌을 가지고 싶다, 였으니까. 용도도 크기도 다른 냉정한 냄비들과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생생한 컬러를 머금은 주전자와 커피잔들이 사이좋게 정렬된 선반, 어떤 재료든 마음껏 펼쳐놓고 자르고 손질하고 다듬을 수 있을 크고 튼튼한 조리대. 단순함의 미덕을 공간 속에 최대한 표현한 그 부엌은 다분히 실용적이면서도 그 자체로 참 아름다웠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도 좋을, 혹 무슨 일이든 일어나도 괜찮을 그런 삶이 저곳에만 가면 펼쳐질 것 같은 막연한 상상.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어지는 두 번째 생각은 뻔했다. 아, 저런 부엌이 있는 그곳에 가고 싶다.

항구시장 카우파토리와 갈매기, 그리고 '갈매기 식당'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이름만으로도 아득한 이 미지의 도시에서 일본 여자 사치에는 간 큰 결심을 한다. 흔히 일본 음식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스시가 아니라 웬만해선 익숙해지기 힘든 일본식 주먹밥으로 이곳의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장사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한달이 넘도록 한번도 사용된 적 없는 유리컵만 닦아대던 그녀 앞에 어느 날 한 청년이 나타난다. 그렇게 첫 번째 손님을 맞이한 '카모메 식당'은 진짜로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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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한달 정도 빠르게 찾아온 북유럽의 가을바람은 매섭게 여행자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사치에가 그날 요리할 신선한 재료를 사들고 경쾌하게 발을 옮기던 항구시장, '카우파토리'(Kauppatori)는 바닷가 재래시장 특유의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붉고 푸른 색색의 채소들부터 순록 뿔 같은 관광기념품들까지 다양한 좌판이 열리는 이곳은 크레페와 커피를 파는 포장마차의 온기와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수다로 초가을의 한기를 물리쳐내고 있었다. '실야'나 '바이킹' 같은 거대한 페리들이 스웨덴으로 러시아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헬싱키의 항구는 타지인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늘 가벼운 흥분상태다. 그렇게 사람이 모이는 곳엔 장이 열리고, 장이 열리는 곳에는 음식이 있다. 그리고 음식이 있는 곳에는, 갈매기가 있다.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는 거대한 핀란드의 갈매기를 보며 어린 시절 키우던 뚱뚱한 고양이를 떠올린다. 마른 엄마와 달리 푹신하게 살이 오른 고양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세상의 모든 살찐 피조물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호감으로 치환되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식당의 이름을 '갈매기 식당'(ruokala lokki)이라고 짓기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헬싱키 항구 주변의 갈매기들은 게으르고 뚱뚱한데다 파렴치한으로 유명하다. 증언에 따르면 "겨우 한입 먹은 햄버거를 날아가는 갈매기가 채가는 일도 빈번히 생길 정도"라니, 핀란드 록밴드 'Damn Seagulls'(망할 놈의 갈매기들)의 작명도 그냥 나온 게 아님이 분명하다.

알바 알토와 독수리 5형제가 맺어준 인연, 아카데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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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 누굴까, 누굴까…." 첫 손님 토미가 물어본 이후 계속 입가에 맴돌던 만화 <독수리 5형제>의 주제곡. 사치에는 서점에서 발견한 한 일본 여자에게 다짜고짜 그 가사를 아느냐고 묻는다. 처음에 흠칫 놀라던 그 여자, 미도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노트를 꺼내 펴고 가사를 줄줄 써내려간다. 편집의 경쾌한 호흡, 두 배우의 오묘한 궁합을 확인시켜주었던 이 장소는 바로 북유럽 최대 규모의 서점, 아카데미아 내에 위치한 '카페 알토'다. 항구시장에서 길을 건너 에스플라나드 공원을 따라 쭉 걷다보면 다다를 수 있는 이 서점은 근대 건축의 거장인 알바 알토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지만 동시에 가장 핀란드적으로 사고했던 이 세기의 건축가는 하늘을 향해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독특한 구조의 지상 3층짜리 서점을 완성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뚫린 형태로, 하늘에서 떨어진 빛이 서점 곳곳에 공평하게 깃들여진 이곳은 책을 사고 파는 서점이라기보다는 무슨 책이든 찾으면 튀어나올 듯한 마술사의 거대한 서재 같은 곳이다. 특히 북유럽의 신비한 기운은 유난히 큰 섹션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 동화책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첫 만남, 미도리가 읽고 있던 동화책은 바로 핀란드의 대표적인 동화작가 토베 얀숀의 <무민계곡의 여름>이다. 하마 같은 외모의 무민은 일본에서 여러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일본 캐릭터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래 봬도 북유럽 숲속에서 살고 있는 핀란드산 요정들이다. 그렇게, 일본의 독수리 5형제가 핀란드의 무민을 만나는 순간, <카모메 식당>은 두 번째 손님을 맞이한다.

시나몬 롤과 커피 향기 가득한 '핀란드 카페'
"그래서, 결국 주먹밥은 먹고 온 거야?" '카모메 식당'을 찾아 핀란드에 다녀왔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흥미롭다는 듯 이렇게 물었다. 대답은 실망스럽게도 아니요, 다. 이곳엔 주먹밥도 연어구이도 없다. 된장국도 돈가스도 팔지 않는다. 게다가 진짜 이름은 '카모메 식당'이 아니라 '핀란드 카페'('Kahvila' (카페)+'Suomi'(핀란드어로 '핀란드')다. "일본 사람들로 식당이 가득 찰 때도 있다"는 제보나 계산대와 유리문에 붙은 <카모메 식당>의 영화 포스터가 이곳이 영화 속 그곳이었음을 알려주는 표식이긴 하지만 '핀란드 카페'는 이름에 걸맞게 핀란드 가정식을 파는 소박한 동네식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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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낀 자그마한 체구, 파란 유니폼을 입은 핀란드 주인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방긋 웃더니 당연하다는 듯 일본 메뉴판을 꺼내준다. "일본에서 오셨죠?" "아니요. 전 한국에서 왔어요. 그나저나 이 식당은 뭐가 제일 맛있나요. 추천해주세요." 그렇게 받아든 접시에는 으깬 감자와 칼칼하게 양념을 한 돼지구이가 푸짐하게 담겨 있다. "음식을 워낙 푸짐하게 주기 때문에 주로 부두 선원들이 자주 찾는다"는 설명대로, 감자가 어찌나 많은지 한 접시를 두명이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일상음식을 제공하는 거죠. 저는 지나던 사람들이 부담없이 들어와 먹길 원해요"라던 사치에의 말을 기억해본다면 '카모메 식당'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공유하는 식당인 셈이다. 물론 실망하지 말기를. 영화에서 카모메 식당과 동네주민을 이어주었던 것처럼 '핀란드 카페'에도 따끈하게 구운 커다란 시나몬 롤과 향긋한 커피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시나몬 롤
"우리 내일 시나몬 롤을 만들어볼까요?"

매번 사치에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수다를 떨던 3인조 핀란드 아주머니들. 그들을 결국 식당으로 인도한 건 바로 갓 구워낸 시나몬 롤의 참을 수 없이 고소한 향이었다. 핀란드의 대부분 식당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사내 주먹만큼 큼직한 시나몬 롤의 이름은 '풀라'(pulla). '록 슈거'(Rock sugar)라는 큼직한 설탕이 뿌려진 풀라와 커피를 함께 먹는 것이 핀란드의 오랜 전통이라고.

#커피
"코피… 루악?"
"누군가 당신만을 위해 끓여주면 더욱 맛이 진하죠."

먼 길을 온 낯선 일본 여자들에게도, 미워할 수 없는 공짜 손님 토미 힐트넨에게도, 불쑥 등장한 낯선 남자에게도, 사치에는 특유의 정중함을 담아 커피를 권한다. "커피 한잔 어때요?" 핀란드는 세계 최대의 커피소비량을 자랑하는 국가다. 1인당 하루에 4, 5컵, 매년 10kg가량을 소비하는 이곳은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파라다이스.

#연어
"한국은 불고기와 매운 김치, 인도는 카레, 타이는 톰양쿵, 미국은 햄버거, 그럼 핀란드는?"

"연어?"
멀고도 먼 나라, 공통점을 찾기란 어쩐지 너무 요원해 보이는 일본과 핀란드. 그러나 사치에가 발견해 낸 두 나라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어다. 날것이나 훈제로도 많이 먹지만 야생버섯크림소스에 곁들여서 먹는 연어요리는 핀란드만의 자랑. 물론 카모메 식당의 일식 메뉴처럼 깜찍한 1인용 그릴에 구워내는 연어도 사람잡기는 매한가지.


80년 역사의 아르데코풍 수영장, 이르욘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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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몇번이나 시도되는 가장 기이한 인서트는 바로 사치에의 수영장신이다. 수영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장엄한, 아르데코풍으로 꾸며진 이 독특한 곳은 바로 헬싱키의 명소 '이르욘카투' (Yrjonkatu). 1928년에 오픈한 이래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특이하게도 여자와 남자가 수영할 수 있는 요일이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일주일의 며칠은 마치 카모메 식당이 그랬던 것처럼 온전히 여자들만의 공간이 된다. 영화 초반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던 그 수영장은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빈 공간으로 변한다. 비어 있던 식당이 점점 사람들로 넘쳐나는 풍경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어쩌면 그 뜬금없는 수영장이라는 공간은 씩씩함과 친절함 속에 고이 숨겨둔 사치에의 외로움이 모여 유영하던 곳인지도 모르겠다.

공항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마사코의 짐은 몇주가 흘러도 도착하지 않고 그 유예된 시간은 마사코의 인생 그리고 혹은 또 다른 여자들의 인생까지 바꾸어놓는다.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받아든 그녀의 가방 한가득 담겨 있던 것은 엉뚱하게도 버섯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마사코가 그동안 감당해온 삶의 무게와 맞바꾼, 버섯 모양을 한 휴식,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무언가는 채워지고, 무언가는 비워지며, 또 무언가는 치환되는 가운데 카모메 식당은 점점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꿈의 공간으로 바뀌어져 간다.

발틱해의 노을에 영혼을 비추다, 카페 우르술라
카모메 식당은 사실 '사치에의 부엌'으로 불러도 다름없는 곳이다. 돈을 받고 서비스를 하는 영업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 다정하고 정중한 주인의 식당은 사실 가정집 부엌의 연장이다. 부엌의 열린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배고픈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그들이 배불리 먹는 것을 보면서 행복감에 빠지는 소박한 주부의 로망. 올라가는 가겟세와 비싼 재료값을 걱정하지 않는 식당. 그것은 세계의 끝에 있는 원더랜드에서나 만날 법한 판타지의 식당이다. 북극요정과 오로라, 산타와 순록, 백야와 호수의 나라. 어쩌면 동양 작은 섬나라에 살고 있는 한 감독에게 이 핀란드라는 곳은 '세계의 끝'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때 지니었지만 이제는 잃어버린 무언가들이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항상 친절하고 언제나 여유롭게만 보이던 것이 제가 알고 있던 핀란드인의 이미지였어요. 하지만 슬픈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는군요."
"물론이죠. 세상 어딜 가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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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를 끼고 나란히 누워 있던 여자들. 훌쩍 집을 나가버린 남편을 저주하며 상처입었던 여자도, 20년간 병든 부모를 간호하며 청춘을 저당잡혔던 여자도, 그 순간만큼은 모두들 바쁘게 움직였던 젖은 손을 멈추고 스칸디나비아의 여름 해를 향해 몸을 누인다. 아름다운 언덕이 있는 카이보푸이스토(Kaivopuisto) 공원의 끝에 놓인 '카페 우르술라'는 발틱해의 노을과 만나는 가장 완벽한 장소다. 간단한 청어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 신문 읽기로 저녁맞이를 하는 백발의 노인들 틈에 끼어 나 역시 <카모메 식당>의 그녀들처럼 바다를 본다. 스톡홀름으로 탈린으로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는 대형 페리들이 석양 속으로 여유롭게 사라진다. 그나저나 왜 하필 핀란드였을까. 사실 꼭 핀란드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벨기에의 어떤 남자가 홍대 앞에 백반집을 낸들(사실 정말 그런 식당이 있긴 하다) 별로 달라질 것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여기서 왜, 라는 질문은 필요없다. 흘러간 삶의 선택들에는 사실 거창한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희망은 늘 미래형이고, 이유는 늘 과거형이다. 그날은 내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만약에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당신은 뭘 하겠어요?"
"글쎄, 제일 먼저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요."

글쎄,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사치에처럼 아주 맛있는 걸 먹고 싶을 것 같다. 좋은 재료를 사다가 열심히 요리를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놓고 배불리 먹인 뒤, 세상에서 가장 썰렁한 농담을 하고, 내일 다시 만날 것처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것이다. 그렇게 세계의 끝에서의 최후의 만찬을 마치면 나의 아름다운 부엌에 서서 세계지도를 펴겠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을 것이다. 쭉 뻗은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 이제 그곳으로 간다. 휘바 휘바! 다음 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순록고기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주먹밥에 이색적인 재료를 넣은 걸 아주 좋아하거든요…. 이곳 현지의 재료들을 이용해서 제공하는 거예요."
"가재… 청어… 그리고 순록고기."

미도리의 창의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이런 핀란드산 재료들은 주먹밥의 적절한 친구가 되지는 못한다. 그나저나 어떻게 산타 할아버지의 영원한 동반자인 착한 순록을 먹냐고? 한번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촘촘한 육질에 깊은 맛이 나는, 핀란드의 특산물이기도 한 순록고기는 따뜻한 스튜로, 스테이크로, 소시지로 혹은 피자토핑으로도 쓰인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구운 고기에 붉은색 나는 시큼달달한 링건베리(lingonberry)소스를 끼얹어서 먹는 것.

#버섯
"내 짐이 사라졌어요."
"그래도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닐 거예요. 어딘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어렵게 찾은 마사코의 슈트케이스. 그 안에서 흡사 금괴와도 같이 빛나던 이 샛노란 버섯의 정체는 '살구버섯'(Chanterelle)이다. 핀란드의 울창한 여름 숲은 버섯 따는 사람들로 붐빈다. 식용버섯의 종류만 해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 자체로 버섯 전시장인 셈. 어찌나 버섯이 흔한지 시내 공원을 걷다보면 버섯들이 돌멩이처럼 발에 툭툭 차일 정도다. 허리를 숙여 그 버섯을 따보자. 이미 당신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은 채 허리를 펴고 있을 것이다.